타르티플렛(Tartiflette) - 겨울에 먹기 좋은 알프스 가정식

힘든 겨울을 버티게 해주는 요리

해가 짧아지고 거리의 나뭇잎 색이 바래가고 있다. 벌써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겨울은 참 혹독하다. 한국에 비해 위도가 높기에 겨울해가 굉장히 짧을 뿐만 아니라 거의 매일 흐리기 때문에 파리의 하늘은 더욱더 일찍 어두컴컴해진다.

한국의 겨울은 춥긴 추워도 쨍쨍한 날이 많기 때문에 잘 몰랐다. 하지만 파리에서 겨울을 보내보니 일조량이 사람의 심리에 끼치는 영향을 몸소 깨닫게됐다. 뭔가 우울해지고 차분해지며 잡생각이 많아진다. 안 그래도 쉽지 않은 외국생활, 겨울이 되면 더욱더 힘들어지는 듯 하다.

이런 혹독한 파리의 겨울에 그나마 위안을 주는 것은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마켓의 음식들, 그리고 치즈가 가득 들어간 따뜻한 음식들이다. 오늘 글에서는 견디기 힘든 겨울에 힘이 되어주는 요리 한 가지를 소개하려한다. 사부아(Savoie)라는 프랑스 내 알프스 지방의 대표요리인 타르티플렛(tartiflette)이다.

 

사부아와 타르티플렛

프랑스 본토에서 사부아의 위치

프랑스 본토에서 사부아의 위치. 사부아 지방은 고(高) 사부아(Haute Savoie)와 사부아(Savoie)라는 두 행정 구역으로 이루어진다.

사부아 지방은 스위스, 이탈리아에 접해 있으며 알프스 산맥을 끼고 있는 지방이다.

사부아 지방은 알프스 산맥을 끼고 있는 만큼 산간지방의 식료품이 발달해 있다. 프랑스에서 산간지방의 재료(produits montagnards)라고 하면 치즈와 육가공품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기에 사부아 음식들에는 치즈와 햄류가 많이 사용되는데 대표적으로 퐁듀(fondue), 라클렛(raclette), 그리고 타르티플렛(tartiflette)이 있다.

라클렛 - 재료 위에 라클렛 치즈를 즉석으로 녹여먹는 요리

퐁듀 - 여러가지 알프스 치즈와 와인, 향신료 등을 섞어 빵을 찍어 먹는 요리

 

그런데 왜 프랑스 사람들은 겨울이 되면 사부아 요리를 찾을까?

프랑스 사람들은 겨울이 되면 사부아 지방에 많이들 놀러간다. 주로 스키를 타러, 혹은 설산 하이킹을 하러 모이는 것이다. 말하자면 겨울이 되면 추위를 피하기보다 오히려 겨울의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러 사부아 지방에 놀러가는 것이다. 사부아 지방에 놀러온 타지인들은 아무래도 여행기간 동안 치즈와 햄이 가득한 사부아 음식을 먹게 될 것이다. 그러고나면 다음 겨울이 오면 올 때마다 알프스의 스키장, 설산에서 보낸 즐거운 기억을 추억하며 사부아의 치즈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타르티플렛을 소개하는 이유

위의 설명과 같이 겨울에 힘을 주는 요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타르티플렛은 정말 쉬우면서도 맛있는 요리이다. 따라서 많은 분들이 따라해먹기 좋으며 무엇보다 프랑스 여행객이 에어비앤비 방에서도 해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요리이다. 타르티플렛은 아직 한국에는 생소한 요리이지만 분명히 한국인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을만한 요리라고 생각한다.

타르티플렛 만들기

재료 (4인분)

  • 감자 400g-600g

  • 양파 200g

  • 마늘 5g

  • 화이트와인 100g

  • 라르동(lardon, 베이컨) 80g

  • 르블로숑(reblochon) 치즈 250g-500g

  • (옵션) - 크림 - 50g

재료 중 하나인 라르동(lardon). 일종의 베이컨이다. 마트에서 이런 식으로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판매한다.

 

비필수 재료인 크림. 유튜브 영상에서는 크렘 프레슈(crème fraîche)를 사용했지만 액상의 생크림이나 사워크림도 좋다.

 

타르티플렛 요리에 가장 중요한 재료. 르블로숑(reblochon) 치즈. ‘타르티플렛’이라는 요리의 이름은 유럽에서 명칭이 보호되어있다. 즉 유럽연합 국가에서는 ‘Tartiflette’이라는 메뉴명을 사용하려면 일정 규정을 따라야한다. 그 규정 중 하나는 “사용하는 치즈는 오직 사부아산 르블로숑 치즈여야한다”이다. 또한 이 르블로숑치즈가 전체 레시피의 20% 이상을 차지해야한다.

 

요리를 할 때는 오래 걸리는 작업을 먼저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타르티플렛에는 삶은 감자가 필요하다. 삶은 감자는 시간이 오래걸리므로 가장 먼저 준비한다.

프랑스 정통 요리법에서는 감자를 껍질째로 삶은 후 뜨거울 때 껍질을 살살 긁어서 벗겨내야한다. 그래야만 감자의 맛과 형태가 잘 보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감자 껍질이 감자의 맛을 보호하는 역할이 미미하다고 한다. 또한 감자가 부서지는 문제는 삶는 정도에 주의를 기울이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생감자의 껍질을 감자칼로 깎는 것이 뜨거운 감자를 조심스럽게 까는 것보다 훨씬 쉽다. 그러므로 껍질을 까서 썰려있는 감자를 삶는 것이 훨씬 쉽고 빠르고 간단하며 효율적이다.

감자의 크기는 한 입 크기의 두 배 정도면 적당하다.

타르티플렛은 가정식이기 때문에 재료 썰기에 엄청난 정확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한국 국거리 감자를 썰듯이 썰어도 좋다.

감자의 높이보다 아주 살짝 더 높이 찬물을 담은 후 약간의 굵은 소금을 넣는다. 그리고 천천히 불을 올려 보글보글 끓는 상태로 90%정도 삶는다.

감자를 삶기 시작한 후부터 다른 재료까지 준비하는 데 채 20분이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감자를 불에 올린 후에는 오븐을 180도로 예열해준다.

양파 썰기도 감자와 마찬가지로 쉽게 생각하면 된다. 볶기 좋은 크기로 1cm 정도 사각형을 썬다고 생각하자.

마늘은 다져서 넣으면 좋다. 하지만 귀찮다면 껍질채로 으깨서 넣어도 좋다.

감자의 익은 정도는 칼로 찔러보면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칼이 아예 들어가지 않다가 나중에는 칼 끝이 들어가기 시작하고 90% 정도 익었을 때는 쉽게 ‘푹’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칼이 끝까지 들어간다.

감자의 익은 정도에 주의하면서 다른 재료들의 조리도 시작한다. 베이컨은 차가운 팬에 넣고 서서히 불을 올려 기름을 뽑아낸다. 나중에 이 기름에 양파를 볶을 것이다.

베이컨을 서서히 볶을 때 마늘도 넣어준다. 마트에서 산 저렴한 베이컨은 기름이 아니라 물을 뱉어내기도 한다. 이럴 때는 식용유, 올리브유, 혹은 버터를 추가해서 볶아줘야한다. 버터를 넣으면 맛도 맛이지만 재료들이 예쁘게 갈색으로 볶아지는 것을 도와준다.

베이컨에서 기름이 뽑아졌고 갈색으로 볶아졌으면 양파를 넣고 같이 볶아준다. 이 때 소금도 살짝 넣어주되 타르티플렛이라는 요리에는 베이컨, 치즈라는 이미 짠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생각해서 조심히 소금간을 해준다.

볶는 기름이 부족하여 버터를 추가했다.

사진 왼쪽에 보면 감자 냄비가 불 밖으로 나와있다. 칼이 감자에 들어가기 시작해서 물을 버린 후 뚜껑을 닫고 보관중이다.

팬 바닥에 갈색이 많이 달라붙으면 화이트와인을 넣어 팬을 깜짝 놀라게한다. 이 때 스패출라로 바닥을 긁으면 갈색 부분이 떨어진다.

이렇게 뜨거운 팬을 차가운 액체로 깜짝놀래킨 후에 바닥에 붙은 성분을 긁어내는 것을 데글라세(déglacer, 영어로 디글레이즈, deglaze)라고 한다. 고기나 야채를 볶을 때 생기는 갈색 성분은 매우 맛있는 성분이기 때문에 팬에서 떼어내서 요리에 섞여들어가게 해주는 것이다.

디글레이징 후 재료들이 전체적으로 다시 뜨거워졌다면 90% 익은 감자를 추가해준다.

전체적으로 잘 섞어준 후 후추를 추가한다. 사실 사부아 요리에 잘 어울리는 것은 후추보다도 육두구이지만 후추로도 충분히 맛있다.

크림도 이 때 넣어준다.

다함께 잘 섞였으면 끝이다.

양파와 베이컨을 맛봐서 와인맛, 짠맛 등의 균형을 확인한다.

오븐에 들어갈 용기로 옮겨준다. 오븐에 넣어도 되는 후라이팬이라면 조리된 재료를 옮겨담을 필요 없이 치즈를 올려 그대로 넣어도 된다.

잘 펼쳐준다. 나는 알루미늄으로 된 용기를 택했지만 비교적 납작하고 넓은 도기 그릇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1인분을 담기 좋은 오븐용 도기가 있다면 1인분 씩 나눠 담으면 가장 예쁘게 먹을 수 있다.

르블로숑 치즈를 위와 같이 잘라서 가운데를 열어준다.

오븐 용기에 올리기 좋게 잘라준다.

위 사진과 같이 큰 조각으로 올려서 먹기도 한다.

치즈 500g을 올린 모습. 이제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 넣는다. 20분 가량 구워서 치즈를 녹이고 치즈에 예쁜 갈색을 나게 하면 된다.

참, 오븐이 없다면 아까 재료를 볶던 팬에 치즈를 넣고 천천히 녹인 후 먹으면 된다. 갈색 치즈를 못 먹는 것은 아쉽지만 실제로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오븐 없이 볶음요리로 많이 팔고는 한다.

처음에는 치즈가 녹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갈색이 나기 시작한다. 오븐의 성능이나 특성에 따라 더 높은 온도에서 구워야할 수도 있다. 사진 속 타르티플렛은 180도에서 15분간 굽다가 마지막 5분은 240도로 올렸다.

그릇에 옮겨담아 먹는다. 타르티플렛은 이렇게 옮겨 담았을 때의 외형이 그렇게 예쁘지는 않기 때문에 1인분 오븐용기에 담아 굽는 것이 더 좋다고 한 것이다.

타르티플렛은 정말 쉬운데다가 겨울에 칼로리로서도, 감성으로서도 힘을 주는 요리이다.

많은 분들이 따라해 먹고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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