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세비체, 홈파티 효자

세비체가 뭘까

세비체(ceviche)는 중남미, 특히 페루에서 먹는 생선요리로 주로 흰 살 생선 회를 라임즙과 각종 채소에 무쳐먹는 음식을 말한다. 채소는 주로 양파 중 아린맛이 덜한 적양파, 토마토 그리고 고수 등을 사용한다. 세비체의 가장 큰 특징은 라임즙 등의 산(acid)이 생선 살과 만나면 생선 살이 익는다는 사실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라입즙과 각종 채소를 버무린 것을 준비해놨다가 먹기 조금 전에(산의 농도에 따라, 원하는 결과에 따라 5분에서 2시간까지 달라질 수 있다) 다같이 버무려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비체라는 요리 자체가 생선살만 있다면 전혀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손님이 오면 꺼낼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손님을 대접할 때 정말 유용한 요리이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이미 손질된 회를 마트에서 간편하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세비체를 만들기 가장 쉬운 나라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만들 요리와 세비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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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식당, 제 키친 갤러리에서는 항상 첫 전채요리로 세비체와 비슷한 음식을 낸다. 다른점이 있다면 마리네이드(marinade)를 여러가지 재료로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신 맛의 농도를 크게 낮춰 산에 의해 생선 살이 익는 효과를 약하게 이용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신선한 생선 회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 식당처럼 낮은 산도의 마리네이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산에 의해 익은 생선살은 지나치게 구워버린 생선살과 마찬가지로 건조한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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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유튜브 영상에서는 부모님이 이곳저곳에서 선물을 너무 많이 받아 집에 남아도는 복숭아를 이용해 마리네이드를 만들어보았다.




재료

  • 주재료

마트에서 산 모듬회

  • 마리네이드

150g 복숭아
1개 청양고추
1ts 생강
10g 올리브유
45g 라임즙 혹은/그리고 레몬즙
약간 소금/후추
(아몬드 우유)

  • 토핑

자몽, 토마토, 망고 등 생으로 맛있는 과일
딜, 처빌, 고수 등의 허브
깻잎, 겨자 잎, 무순 등 톡쏘는 맛을 가미해줄 잎사귀
양파
아몬드




마리네이드 만들기

마리네이드에 쓰이는 재료들의 맛이 충분히 어우러지는 것이 좋기 때문에 가장 먼저 준비해주는 것이 좋다.

이상적으로는 24시간 전에 미리 만들어두는 것이 좋겠지만 바쁜 일상에 여의치 않다면 손님이 오기 한 시간 정도 전이면 충분하다.

각 재료들의 양을 직접 조절할 것이라면 각각의 재료를 갈거나 다져놓고 맛을 봐가면서 합쳐야한다.

연스키 유튜브에 나온 계량대로 양념을 만들 것이라면 그냥 처음부터 모든 재료를 믹서기에 넣어 갈아버리자.

마지막으로 소금/후추 간, 산도, 당도등을 확인한 후 냉장보관한다.

체에 거르는 것은 시간이 없다면 손님이 오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 미리 만들었다면 24시간 후에 해주면 된다. 생강과 복숭아의 섬유질 때문에 체를 숟가락 등으로 비비면서 걸러줘야한다. 1인분당 세 숟가락 이상의 양이 나왔다면 충분하다.

주재료 간하기

우리는 생선회를 간하지 않고 간장이나 초장에 찍어먹지만 오늘의 세비체는 생선살에 간이 되어있으면 좋다. 음식의 모든 구성요소가 이미 간이 맞아있으면 각 구성요소의 비율이 달라져도 비슷한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손님 중 한 명의 그릇에는 약 세 숟가락의 마리네이드가, 다른 손님에게는 네 숟가락의 마리네이드가 올라갔을 경우를 생각해보자. 소금 간이 되지 않은 생선 위에 소금 간이 강한 마리네이드를 사용했다면 두 손님이 완전히 다른 음식을 먹은 것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당히 소금간이 된 생선과 적당히 소금간이 된 마리네이드였다면 마리네이드의 양이 달라져도 손님 둘의 식사 경험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우리 식당에서는 생선을 자르기 전, 그러니까 생선 살이 덩어리 상태일 때 그 위에 굵은 소금을 골고루 뿌린 후 크기에 따라 5-10분 후에 소금을 씻어낸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처럼 이미 잘려있는 생선회를 구입한 경우에는 이렇게 하면 소금이 닿는 면적이 커져 너무 짜지기 쉬울 뿐만 아니라 소금을 씻어낸 후 물이 묻어있는 면적도 너무 넓어져버린다.

따라서 오늘과 같이 이미 잘려있는 생선회를 사용할 때는 생선 살을 쟁반 위에 펼쳐놓은 후 엄지와 검지 사이에 소금을 쥐어 높은 곳에서부터 아주 살살 소금을 골고루 뿌려주면 된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소금을 쥐라고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므로서 자신이 뿌리는 소금의 양을 촉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토핑 준비

이번 마리네이드에는 아몬드와 자몽이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요리에서 토핑으로서의 자몽은 라임즙의 맛을 변주하는 듯한 효과를 줄 것이다. 자몽은 겉껍질과 속껍질을 함께 도려내는 peler à vif라는 기술을 활용한 후, 자몽 살을 한 칸 한 칸 책장 넘기듯이 빼냈다. 그 후 자몽 살이 찢어지는 성질을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자몽 조각들을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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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감 면에서 재미를 줄 아몬드는 부순 아몬드나 아몬드칩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자신 있다면 중약불 위에 마른 팬에서 살짝 볶아주면 아몬드 향을 더 살릴 수 있다. (영상에서는 아몬드가 나오지 않는다)

색깔과 맛의 면에서 재미를 더해 줄 허브는 딜, 처빌, 고수를 사용하면 좋다. 딜과 처빌은 해산물과 항상 잘 어울리는 허브이며 고수는 세비체에 전통적으로 쓰이는 허브인 동시에 복숭아와도 잘 어울리는 허브이다. 영상에서는 허브를 구하지 못하여 깻잎만 사용했다.

또한 양파를 아주 얇게 채썰어 얼음물에 잠깐 담가 아삭한 식감과 달콤한 듯 매운 듯 한 양파의 맛을 더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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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에 담기

앞서 말했듯이 이 요리의 가장 큰 장점은 미리 그릇에 담고 냉장고에 넣어둘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바로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두자.

그릇에 담는 것은 원하는 분위기에 따라 하나의 큰 접시에, 혹은 여러개의 개인 접시에 담는다.

이러한 마리네이드 생선 요리는 가운데 납작한 면적이 어느 정도 확보되었지만 테두리 쪽에서 위로 가볍게 올라와주는 그릇이 좋다. 손님 한 명 당 대접하는 양이 매우 적다면 작은 사발형태도 전혀 문제 없을 것 같다.

먼저 생선을 원하는대로 담는다. 납작하게 펼쳐 담는 방법도 있고, 생선 살의 중간중간을 접어서 입체성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 그 위에 약간의 마리네이드를 뿌린다. 마지막에 한 번 더 뿌릴 것이니 지금은 생선 살을 전체적으로 얇게 덮어줄 정도만 뿌려주면 된다. 그리고는 토핑재료들을 올린다. 미리 담을 때는 양파를 얇게 펼쳐준 후 자몽조각을 이곳 저곳에 흐트려준다. 그리고 그릇을 뚜껑, 랩으로 덮거나 생선 살 부분만 유산지로 덮어 냉장고에 보관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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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는 세비체 양념이 묻으면 시들시들해질 수 있기 때문에 대접하기 직전에 올린다. 허브를 골고루 흐트려준 후 마지막으로 마리네이드를 한 두 숟갈 더 뿌려준다.

끝으로 아몬드를 흩뿌린 후 손님상에 올리면 된다. (영상에선 아몬드 미사용)

bonne dégustation ! (본 데규스타시옹. 코스요리일 때 주로 사용하는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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